여행 이야기 :)

[캐나다/밴쿠버] 노스밴쿠버 놀밴 가볼만한 곳 (딥코브/쿼리락/허니도넛/론즈데일키)

Larie 2023. 12. 28. 16:39

 

 

2023.10.7~12 캐나다 밴쿠버 여행기 : 밴쿠버에서의 첫 공식 일정. 놀밴투어.

올해 추석 연휴에 미국으로 휴가 가는 것을 계획했었는데 휴가 계획이 퇴사 계획으로 바뀌자마자 밴쿠버 여행을 결심하고 귀국 일정을 미뤘다. 나는 8년 전 2015년 4월부터 1년 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한 후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 밴쿠버를 꼭 다시 가고 싶었는데 8년 만에 가게 되었다. 웬만한 곳은 다 가봤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주제는 '그리운 곳을 찾아...'로 정하고 내가 좋아했던 곳 위주로 계획했다. 

밴쿠버에서 지낼 때 다운타운 바깥 지역 중 좋아하던 동네가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딥코브다. 동네 자체가 조용하고 잔잔한 물가의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쿼리락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절경도 좋아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데 쿼리락은 계단이 많긴 하지만 편도 40분 정도 코스라서 오를만 했다. 밴쿠버는 6-8월 여름에는 햇볕이 쨍쨍한, 말 그대로 환상적인 날씨를 즐길 수 있는데 레인쿠버라고 불릴 정도로 10월-5월 초까지는 비가 상당히 자주 오는 동네다. 내가 Full로 여행할 수 있는 4일 중에서도 2일이 비예보였다. 하이킹해야 하니까 맑은 날 딥코브 가기로 결정. 가는 김에 론즈데일 키에서 야경까지 보고 오기로 계획했다.

 

밴쿠버 풍경

숙소는 W. 43rd St. 였기 때문에 노스 밴쿠버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구글맵 기준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다운타운에서 환승도 해야 한다. W. Pender에서 내려서 211번 버스를 갈아타면 되지만 나는 눈앞에서 버스가 가버려서 옛날에 다니던 어학원 구경삼아 두 정거장 앞으로 걸어가서 탔다. 가는 길이 멀지만 여행할 때는 버스 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고 또 밴쿠버는 추억의 도시이기 때문에 지루하기는커녕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말로만 듣던 펜타닐 부작용처럼 보이는 사람(1명)을 마주했을 때와 바보같이 버스 내릴 때도 Tap 한 것 빼고는..)

 

노스밴쿠버 딥코브

딥코드에 도착.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잔잔하고 고요한 물가. 딥코브는 여전했다. Cove는 한국어로 '작은 만'이라는 뜻이다. 딥코브는 노스 밴쿠버 동쪽 끝자락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만이란 뜻이 아닐까? 이곳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도 있고 패들 보드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여름에 가면 좋지만 여름이 아닐 때 가도 좋은 곳이다. 딥코브에는 다양하고 많은 선택권이 있지는 않지만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상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도 있다. 나도 이번은 아니지만 8년 전 어느 날에 딥코브에서 예쁜 오븐 장갑을 샀는데 아직 잘 쓰고 있다. 

 

 

노스밴쿠버 딥코브 쿼리락 하이킹코스

파노라마 공원을 지나 주택가 초입부 부근에 쿼리락 하이킹 시작지점이 있다. 입구 부분부터 계단으로 시작되어서 처음부터 헉 할 수 있지만 계속 올라가는 코스는 아니다. 흙으로 되어 있는 부분, 데크로 되어 있는 부분,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 내려가는 부분. 계속 힘들기만 하진 않고 오르락 내리락을 경험하며 40분 오른다. (반대로 내려올 때도 오르락 내리락을 경험한다는 말) 날씨가 추울 줄 알고 후드 입고 갔더니 하이킹하는 내내 땀이 주룩주룩 났다. 역시 하이킹은 얇은 걸 여러 겹 껴입고 가서 체온 조절을 해야 한다. 8년 전의 나는 이것보다 더 쉽게 쿼리락을 올라왔던 것 같은데... 사실 이번 여행에서 딥코브를 갈지 그라우스 마운틴을 갈지 고민했었는데 친구들이 그라우스 마운틴은 무리라고 뜯어말려서 딥코브를 온 건데 날 말린 친구들에게 백 번 절해야 된다. 오른쪽 사진처럼 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쿼리락까지 거의 다 왔다는 신호. 저 물이 정말 반가웠다.

 

노스밴쿠버 딥코브 쿼리락

쿼리락 도착. 사진으로만 봐도 가슴 뛰는 풍경이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나 혼자 앉을 곳은 있지요. 넓게 찍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세로로 밖에 찍지 못했다. 딥코브가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좋아서 저 멀리 다운타운까지 보였다. 쿼리락에 앉아 간식으로 싸 온 초코바도 먹고 물도 마시고,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바람에 땀을 식혔다. 용감한 사람은 저 바위 끝에 서서 인증샷도 찍지만 나는 얌전히 앉아서 구경했다. 마음 같아선 오래오래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햇볕이 생각보다 강해서 30분 정도 쉬고 내려왔다. 나 왜 모자 안 챙겼지.

 

 

노스밴쿠버 딥코브 허니도넛

쿼리락에서 내려와서 향한 곳은 허니 도넛 가게. 워홀러들, 유학생들 사이에서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딥코브에서 제일 유명한 가게가 허니 도넛 가게였다. 미국 배우 존 트라볼타가 전용 헬기를 타고 와서 먹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8년 전에 왔을 때 먹어봤는데 내 취향의 도넛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딥코브에 왔는데 추억에 잠기고 싶어서 허니도넛 가게로 갔다. 줄 서 있는 사람도 많고 내부에도 많고 패티오에도 많다. 캐네디언스러운 메이플 베이컨을 주문할까 하다가 베이직인 클래식 허니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해서 파노라마 공원에 앉아서 먹었다. 커피는 상당히 씁쓸했고 도넛은 역시나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츄이한 도넛을 좋아하는데 허니 도넛은 케이크 도넛에 가까운 식감이다. 다음에는 메이플 베이컨을 먹거나 옆에서 젤라토 사 먹어야겠다. 

 

 

딥코브를 충분히 즐기고 다시 버스를 타고 론즈데일 키로 향했다. 딥코브에서 론즈데일 키까지는 50분 정도 걸리고 버스를 한 번 또 갈아타야 한다.

 

노스밴쿠버 론즈데일 키

론즈데일 키 도착. 론즈데일 키는 워터프론트역과 놀밴을 잇는 SeaBus 터미널과 마켓, 호텔 등이 있는 부두라고 보면 된다. 4시쯤 도착해서 세 시간은 있어야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버스 터미널 옆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데블스 플랜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론즈데일 키 퍼블릭 마켓도 구경했다. 퍼블릭 마켓은 기념품, 군것질 거리, 식사거리 등 다양한 것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다.

나는 (소소하게 당첨 잘 되는) 친구가 복권 사라고 해서 재미 삼아 퍼블릿 마켓 로터리샵에서 동전으로 긁는 복권을 샀다. 밴쿠버에는 흥미로는 복권들이 많다. 내가 산 것은 Crossword인데 한 장에 2불이었다. 왼쪽에 있는 $ 표시를 동전으로 긁으면 알파벳이 나온다. 나온 알파벳들을 오른쪽 퍼즐에서 찾아서 동전으로 긁어주면 되는데 완성된 단어의 개수에 따라 당첨금이 결정된다. 알파벳이 총 26개이고 왼쪽 $가 18개라 참으로 당첨되기 쉬워 보이는데 쉽지 않다. 나도 숙소 가서 해 본 결과 당첨금 없음....  이거 하나만 나왔으면 되는데! 의 연속. 

 

노스밴쿠버 론즈데일 키 야경

시간이 꽤 흘렀다고 생각했고 6시 반이었는데 아직도 해가 덜 졌다. 여기서 저녁을 먹을까 싶기도 했지만 하이킹의 여파로 꽤 피곤해서 왼쪽의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른쪽 사진은 8년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놀밴에서 바라보는 다운타운의 야경. 이런 야경을 다시 봤었어야 하는데, 조금 아쉽긴 하다. 밴쿠버에서 내가 좋아하는 야경 스팟은 두 군데인데 바로 그랜빌브릿지 위와 론즈데일 키다. 그랜빌 브릿지도 야경이라기 보단 석양이 지는 그 타이밍을 좋아하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다운타운으로는 시버스를 타고 넘어왔다. 시간은 12분 정도 걸린다. 당황스러웠던 게 워터프론트역 내렸는데 데이터가 안 터지는 점. 띠용? 껐다 켜도 안 터진다. 내가 밴쿠버 버스랑 동네가 익숙하고 숙소 가는 버스 번호와 숙소 위치를 기억해서 다행이지 완전 처음 간 여행지였으면 엄청나게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숙소 가서 유심을 제거했다가 다시 인식시키니까 다행히도 데이터가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뒤 워터프론트역을 또 갔을 때 또 데이터 안 터짐)